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본격 로즈우드 대체목의 시대

통기타 이야기/유용한 정보

by 둥근소리 2018. 8. 3. 17:32

본문

반응형

  CITES(멸종 위기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는 2017년 1월 2일부로 로즈우드 약 300여종을 관리수종으로 포함시켰다. 많은 기타 연주자들은 이제 로즈우드도 멸종 위기인가 하는 우려를 했지만, 사실 그 정도로 심각한 단계는 아니다. 통기타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디안 로즈우드는 아직도 수량이 풍부한 목재다. 

  멸종 위기는 아닌데 왜 보호수종으로 들어갔을까? 기타를 비롯한 악기 제작 때문일까? 의외로 원인은 악기가 아닌 가구다. 로즈우드는 굉장히 뛰어난 음향목이기도 하지만, 무늬도 화려하기 때문에 가구에 많이 쓰인다. 중국의 경제 성장으로 인테리어 수요가 늘고, 로즈우드의 사용이 폭증했다. 따라서 로즈우드를 CITES 부록2에 등재하여 무분별한 벌목과 밀거래를 막고 있다. 

  현재 인디언 로즈우드를 수출입을 하는데는 서류와 함께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비용 증가가 달갑지 않으니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메이저 기타 제조사들은 로즈우드 대체목 찾기에 열을 올리게 된다. 


시그마는 로즈우드 모델을 단종 시켰다

  중저가 기타 시장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 중 하나인 시그마는 대부분의 로즈우드 모델을 단종 시켰다.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 예상했는데 단종을 시켜서 조금은 놀랐다. 가격대 성능비로 승부하는 브랜드가 가격이 상승하면 경쟁력을 잃기 때문에 과감한 결정을 한듯 하다. 


  대신 무늬와 소리가 비슷한 틸리아(Tilia)라는 목재로 만든 기타가 라인업에 등장했다. 이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도 이 기타의 등장 때문이다. 그 정도로 개인적으론 충격적인 사건이다. 낯선 이름이다 했는데 일렉기타나 베이스기타에 많이 쓰는 베이스우드와 같은 수종이란다. 조만간 간단하게나마 리뷰를 써볼 예정이다.


지판(프렛보드, 또는 핑거보드)도 대체제 찾기에 열중 

  통기타의 측후판에도 많이 사용하지만, 지판에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목재가 인디안 로즈우드다. 이는 통기타 뿐만 아니라 일렉 기타나 베이스 기타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자연히 대부분의 기타는 가격 상승이 있을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마틴은 일찌감치 원가 절감을 위해 리치라이트를 적용했다. 리치라이트는 레진을 주입한 종이로 만든 소재인데 밀도가 높고 아주 매끈하게 제작이 가능해서 연주감이 좋다. 앞서 언급한 시그마 역시 지판 재질을 미카르타로 바꾸었다. 칼집이나 펜 등에 많이 쓰는 미카르타도 리치라이트와 마찬가지로 밀도가 높고, 연주감이 좋다. 또, 이런 소재들은 변형되거나 갈라지는 일이 없어서 관리도 용이하다.

  고가의 로즈우드나 에보니를 쓰지 않는 이상 소리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리치라이트를 선호하는 연주자도 있다. 반면 조금 거칠어도 목재가 주는 특유의 연주감과 소리가 있기 때문에 로즈우드 지판을 선호하는 연주자도 있겠다. 나는 아직 후자쪽인데 그나마 아직은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위 두 제조사와 다르게 합성수지가 아닌 대체목을 찾은 경우도 있다. 펜더는 포 페로(Pau Ferro)라는 대체목을 지판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펜더에서 말하기를 로즈우드와 비슷한 음색을 가지면서도 더 단단하단다. 국내 기업인 콜트 역시 위 사진과 같이 다양한 대체목을 지판으로 적용하고 있다.


음향목은 계속 고갈되고 있다

  아직 수량이 크게 부족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CITES의 조치가 조금 팍팍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제조사들의 대응도 수량 부족 보다는 원가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러나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분명한 사실은 음향목이 계속해서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타 제조사들은 지금보다 더 절실하게 대체목, 또는 대체제를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목재로 만들어진 기타를 쳐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특히 목재가 아닌 재료로 만들어진 기타를 칠 때면 묘한 기분이 든다. 18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마틴에서도 HPL(리치라이트와 비슷한 소재)로 만든 기타를 내놓고 있으니 머지 않아 낮은 가격대에선 목재로 된 기타를 찾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