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가지 통기타줄에 대한 리뷰를 쓰고, 추천하기에 앞서서 통기타줄의 종류와 특징에 대해 설명하는 글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 전에 쓴 '통기타에 쓰이는 목재의 종류와 음색특징'편과 같이 연주자 스스로 자신의 취향을 파악하고 기타줄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기타와 마찬가지로 기타줄도 브랜드마다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 음색의 차이가 나타나지만, 주관적인 느낌이 너무 많이 더해질듯 하여 배제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작성하려 노력했지만, 음색에 대한 느낌이나 연주감은 개인차가 있으니 이 글은 어느 정도 참고만 하고, 실제로 기타줄을 바꿔보면서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겠다.
https://acousticchaser.tistory.com/9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내게 맞는 기타를 고르는 일에는 많은 신경을 쓰지만, 기타줄을 고를 때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기타줄은 기타의 음색을 결정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연주자가 직접 음색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요소이기도 하다.
기타줄은 만들어진 성분, 게이지, 코어방식에 따라 다양한 음색을 가지는데 각각의 요소 변화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아래에 자세히 논하겠다.
위 표는 마틴 홈페이지에서 캡쳐한 것이다. 게이지 이름은 표 왼쪽에 있는 Weight항목에 의한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고, 1번줄 게이지를 따서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면 라이트 게이지라고도 하고, 012게이지라고도 한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하고 있고, 팩토리 셋팅에서도 가장 많이 쓰는 것은 라이트 게이지다. 대부분의 제조사에서 비슷한 수치를 쓰고 있지만, 6번줄을 경우 .053 게이지를 쓰는 곳도 많다. 보통 악기점에서 그냥 통기타줄을 달라고 하면 거의 100% 라이트 게이지를 건네 줄 정도로 표준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라이트 게이지는 그 특징을 논하기 보다 커스텀 라이트와 미디엄 게이지를 비교할 때 기준으로 잡겠다.
엑스트라 라이트의 경우 일렉기타줄의 010게이지랑 같을 정도로 매우 가늘다. 커스텀라이트의 경우 몇몇 제조사에서 펙토리셋팅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한국의 크래프터가 그 중 하나다. 이처럼 가는 줄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장력이 약해서 운지 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보자나 속주 위주의 연주자가 선호한다. 게다가 고음이 다소 부각되고, 서스테인이 길어지며 배음도 풍부해지기 때문에 조금 더 샤방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 때문에 핑거스타일 유저들이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줄이 가늘어지면, 성량에서 큰 손해를 본다. 만약 엠프를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기타의 작은 성량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또, 전체적으로 저음이 줄어들기 때문에 풍성한 느낌은 많이 줄어든다. 따라서 특수한 용도가 아니라면 010게이지는 피하는 것이 좋고, 굳이 가는 줄을 써야한다면 011게이지 정도가 좋겠다.
미디엄 게이지는 성량이 작은 통기타의 한계를 조금이라도 극복하기 위해 탄생했다. 그 목적에 걸맞게 미디엄 게이지를 쓰면 성량이 커지고, 저음이 풍부해진다. 가는 줄과는 반대로 서스테인은 짧아지고, 배음은 줄어든다. 따라서 큰 성량이 필요한 스트로크 위주의 연주자에게 적합하다.
줄이 굵어지면 당연히 장력이 증가하기 때문에 민첩한 연주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엄청난 장력은 연주자에게만 무리를 주는 것은 아니다. 견고하지 않은 기타에 미디엄 게이지를 쓸 경우 단시간에 상판이 뜨거나 넥이 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마틴기타에서도 일부 드레드넛 기타에만 추천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왠만하면 미디엄 게이지 사용은 말리고 싶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여름과 겨울같이 악기 관리가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옛날부터 기타줄을 만드는 재료는 계속 변해왔고, 지금도 새로운 소재로 만든 기타줄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만큼 아주 다양한 성분으로 제조 되지만, 이 글에서는 통기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두가지에 대해서만 서술하겠다.
80/20 브론즈는 구리와 주석을 80:20 비율로 섞어 만든 합금을 말한다. 줄의 모든 성분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중심선(코어)는 스틸로 되어있고, 3~6번줄 처럼 와운딩된 부분만 80/20 브론즈를 쓴다.
일반적으로 밝은 소리가 나고, 빈티지 음악에 좀 더 어울리는 음색을 낸다. 장력도 포스포 브론즈에 비해 약한 편이라서 초보들이 선호하기도 한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줄의 수명이 짧아서 톤이 빨리 깎이기 때문에 땀이 많은 연주자는 코팅이 된 줄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포스포 브론즈는 구리와 주석&인을 92:8의 비율로 섞어 만든 합금이다. 구리의 비율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80/20 브론즈 보다 더 붉은색을 띈다. 80/20 브론즈와 마찬가지로 코어는 스틸로 되어있고, 와운딩된 부분을 포스포 브론즈를 쓴다.
80/20 브론즈보다 저음이 강해서 다소 어두운 음색을 띈다. 펀칭감이 좋고, 더 명료하게 울리기 때문에 핑거스타일 연주자들도 많이 선호한다. 게다가 줄의 수명도 80/20 브론즈 보다 길기 때문에 요즘은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포스포 브론즈를 많이 사용한다. 다만, 가격이 80/20 브론즈보다 다소 비싸고, 장력도 조금 센 편이다.
비교적 최근에는 코퍼브론즈(Copper Bronze)라 하여 구리의 함량을 더 높인 기타줄도 나왔는데 일반적으로 구리의 함량을 높일수록 저음이 더 좋아지고, 장력은 더 세진다. 가장 중요한 가격 역시 더 비싸지기 때문에 그다지 인기는 없는듯 보인다.
위 사진은 코팅 스트링의 대표주자인 엘릭서의 표지이다. 사실 코팅된 기타줄은 성분과는 관계 없고, 말그대로 80/20 브론즈나 포스포 브론즈에 코팅을 입혀놓은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제조사에서 수명이 짧은 일반 기타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코팅 기타줄을 내놓고 있다. 코팅 스트링은 수명이 3~5배 긴 장점이 있어 현재 많은 연주자들이 애용하고 있고, 기타 제조사들 또한 펙토리 셋팅으로 코팅 스트링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가격이 일반 기타줄에 비해 굉장히 비싼 편이고, 코팅 때문에 연주를 할 때 미끌미끌한 이물감이 느껴지는 단점이 있다. 또, 코팅으로 인해 소리도 다소 뭉특하고 톤이 깎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코팅 스트링을 싫어하는 연주자들도 제법 있다.
기타줄 성분에 대한 글이 위 그림의 랩 와이어(WRAP WIRE)에 대한 글이었다면, 이번엔 중심선인 코어에 대한 글이다. 일반적으로 헥스 코어와 라운드 코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무엇이 더 좋다라기 보다 각각 장단점이 있다.
수작업으로 와운딩 할 때 주로 사용했던 방식이다. 코어에 와이어를 랩핑할 때 고정 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지금도 대량생산 할때는 선호하지 않는 방식이다. 헥스 코어 보다 줄이 유연하기 때문에 좀 더 부드러운 소리가 나고, 랩 와이어가 더 밀착 되어있기 때문에 서스테인이 더 길다. 옛 방식이기 때문에 소리 역시 빈티지한 사운드에 좀 더 근접하다.
반면 처음에 언급한 대로 대량생산하기 힘들고, 불량률이 높은 편이라 가격이 비싼 편이다. 또, 연주자의 부주의로 랩 와이어가 풀려버리기도 하기 때문에 좀 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라운드 코어와 반대로 공장에서 대량생산하기 좋은 방식이다. 그 덕분에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또, 상대적으로 랩 와이어가 잘 고정 되기 때문에 줄을 강하게 스트레칭 시켜도 잘 풀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반면 라운드 코어 보다 서스테인이 짧고, 소리가 다소 날카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현재는 기술과 공정의 발달로 라운드코어와 드라마틱한 차이가 나진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다양한 스트링 제조사는 위에 나열한 모든 방식의 조합으로 기타줄을 제작하고 있어서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원하는 성향의 기타줄을 찾기 위해서는 이렇게 다양한 줄을 모두 쳐봐야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따라서 위 항목을 참고하여 선택지를 줄여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물론 이론과 실제는 다르기 마련이니 최대한 다양한 기타줄을 경험해보는게 가장 중요하다.
댓글 영역